3. 갈등 - 진로, 가족, 그리고 두려움
편으로 넘어갑니다.
사랑은 시작됐지만, 현실은 서서히 두 사람 사이에 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진로, 가족, 그리고 서로를 위해 감춰둔 속마음이 충돌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깊어집니다.
3. 갈등: 진로, 가족, 그리고 두려움
그날 이후, 지훈은 가끔 멍하니 창밖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수업 중에도,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유나가 말하면 대답은 하지만, 자꾸 한 박자 늦었고, 웃음도 억지로 짓는 느낌이었다.
“무슨 일 있어?”
유나는 어느 날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그냥, 공부 스트레스 좀 받아서.”
“거짓말 못 하네. 너 눈 피할 때마다,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여.”
지훈은 그 말에 작게 웃었지만, 금세 그 웃음은 사라졌다.
며칠 후, 유나는 지훈의 집 앞에서 낯선 중년 남성과 마주쳤다.
지훈의 아버지였다.
정장 차림, 냉정한 얼굴.
그는 유나를 스쳐 지나가며, 차가운 시선으로 말했다.
“지훈이랑… 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고 했던가?”
“네. 어릴 때부터 같이 지냈어요.”
“이제 중요한 시기다. 그 애, 흔들리면 안 돼.”
그 말은 짧았지만, 무겁게 가슴에 내려앉았다.
지훈의 가족은 그를 외국 대학에 보내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다.
다만, 지훈이 유나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
📍진로와의 충돌
며칠 뒤, 지훈은 유나에게 고백했다.
“나… 미국 갈 수도 있어. 아버지가 계속 준비해온 거고, 이젠 거의 결정된 것 같아.”
“그래서 요즘 그렇게 말이 없었던 거야?”
“말하고 싶었는데, 네 얼굴 보면… 말이 안 나오더라.”
유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분노도, 슬픔도 아니었다.
그저 막막함.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이 사랑이, 이미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언제 가는데?”
“정확하진 않아. 아마 입시 끝나면 바로.”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작게 말했다.
“…나도 대학 못 갈 수도 있어.”
지훈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우리 집, 분위기 알잖아. 엄마는 나랑 말도 잘 안 해. 대학? 관심 없어. 그냥 조용히, 아무 문제 없이 졸업만 하길 바래.”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두 사람 사이에 쌓인 공기의 무게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사랑의 틈
며칠 후, 지훈은 유나에게 말했다.
“우리… 잠깐만,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유나는 충격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훈이 덧붙였다.
“널 좋아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 근데, 네 앞에 서면 자꾸 약해져.
나는 지금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널 위해서라도 이게 나은 선택 같아.”
유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말이 지훈의 진심이라는 걸 알기에, 더 아팠다.
“그래. 알겠어.”
그날 이후, 유나는 지훈의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
지훈도 연락하지 않았다.
같은 학교, 같은 거리,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둘은 다시 어릴 적 ‘친구’처럼 스쳐 지날 뿐이었다.
📍조용한 시간
유나는 강변을 혼자 걷는 날이 많아졌다.
예전엔 지훈과 함께 걷던 길.
지금은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길이 되었다.
혼자서 학원을 찾아가고, 대학 입시 정보를 찾아보며,
처음으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훈이 없어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어도,
“나는 나니까”
그 사실을 믿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어느 날, 벚꽃이 다시 피기 시작한 강변에서
유나는 그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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