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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 계절에 우린, 사랑을 배웠다》

by 사앙혀니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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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Childhood Love, Spring Awakening)

Childhood Love, Spring Awakening

 

1. 서막: 봄의 시작, 감정의 흔들림

“유나는 여느 때처럼 학교 앞에서 지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따라 바람이 유난히 부드러웠다. 교문 앞 느티나무 아래, 유나는 가방을 앞에 안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바람결에 유나의 긴 머리가 나풀거리고, 바닥에 떨어진 벚꽃 잎 하나가 살짝 그녀의 무릎 위에 내려앉았다.

지훈은 늘처럼 3분쯤 늦게 나타났다. 손엔 딸기우유 두 개, 한쪽엔 무심한 표정.

“또 편의점?”
“당연하지. 봄이니까 딸기우유가 더 잘 팔려.”
“그게 무슨 논리야.”
“딸기잖아. 봄엔 딸기, 그것도 친구랑 나눠 마시는 게 국룰.”

유나는 피식 웃으며 우유를 받아 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지훈과 하루를 시작하는 게 당연해진 건.
초등학교 땐 그저 옆집 오빠였고, 중학교 땐 같은 반 친구였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같은 교복을 입고 나란히 걷고 있다.

늘 같았던 일상이었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점심시간, 유나의 교과서 사이에서 작은 쪽지가 떨어졌다.

“오늘 학교 끝나고, 강변 가자. 할 말 있어. -지훈”

유나는 그 쪽지를 손에 쥐고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심장은 어쩐지 평소보다 더 크게 뛰고 있었다.
‘할 말?’
지훈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이 뭐가 있을까. 어릴 때부터 무슨 일이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던 사인데.

수업이 끝나고, 둘은 말없이 강변 쪽으로 향했다. 바람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저 멀리 강 위로 붉게 물든 석양이 내려앉고 있었다.

“기억나? 초등학교 때 우리 여기서 물수제비 던졌던 거.”
“응. 너는 세 번 튀기고, 나는 다섯 번.”
“그래서 너 엄청 자랑했잖아. 그날 기분 나빠서 집 가서 돌 던지는 연습했었어.”
“진짜?”
“응. 너한테 지기 싫었거든.”

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유나는 그 웃음 속에서 어릴 적 지훈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 그늘 없는 웃음.
하지만 지금, 지훈의 눈빛은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다.
조금 더 진지하고, 조금 더 망설이는 듯한.

지훈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유나야… 우리, 진짜 오래됐잖아. 같이 지낸 시간.”
“응. 그렇지.”
“나는… 요즘 너랑 있으면,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이상한 기분?”

지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엔 그냥 네가 좋았어. 친구로. 가족보다 가까운 사람 같고. 근데 요즘은… 그 이상인 것 같아.”

유나는 숨을 멈췄다.
이 말이 나오길 오래 기다려온 것 같기도 하고, 예상 못 한 벼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훈은 한참 동안 유나의 눈을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혹시 너도… 나랑 비슷한 기분일까 봐. 그게 궁금했어.”

봄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갔다.
유나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아주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대답했다.

“…그럴지도 몰라. 나도, 요즘 너 보면 좀 이상하거든.”

지훈의 눈동자가 순간 빛났다.
아직 ‘좋아해’란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지금 이 감정이,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그리고 그날 밤, 유나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강변을 걷다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사랑은, 이렇게 조용히 시작된다는 걸.

👉 다음 편: 2. 전개 - 데이트, 첫사랑의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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